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가 열악한 환경에 거 작업 중 숨진 것을 계기로 시작된 여성들의 거리 시위대를 그 시초로 본다. 러시아에서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레닌에 의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으며, 이후 1965년에는 공식적으로 국가 공휴일로 선포해 각종 행사들이 열리며, 여성의 날이 가까워지면 평소의 50%가 넘는 꽃이 팔린다고 한다. 역사적인 의미는 오래전에 사라졌으며 러시아인들이 가장 기다리는 공휴일 중 하나이다.
러시아의 여성의 날 (8 Марта, 3월 8일)은 축제의 날
3월8일 여성의 날은 역사적으로 여성 인권과 존엄성, 사회적 평등을 위한 투쟁의 날로 인식되지만 러시아에서만은 예외이다. 러시아에서는 연인이나 가족들이 함께 즐기고 기다리는 1년 중 가장 큰 연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3월 8일이 가까워져 오면 러시아의 거리의 상점들과 거리 광고들은 8 Марта(3월 8일을 일컫는 러시아어)와 꽃 사진으로 도배가 된다. 광고는 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버스 등 광고가 가능한 모든 곳에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문구를 볼 수 있다.

1년 중에 단 하루만이라도 육아나 직장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는 날이며, 이는 연인이나 가족 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친구 혹은 동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며 응원하고 축하해 주는 말 그대로 축제의 날인 것이다.
꽃장사 대목
러시아의 여성의 날에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바로 꽃이다. 러시아 여행에서 굉장히 낯선 풍경을 하나 볼 수 있는데 그것은 24시간이라는 숫자가 붙어 있는 간판들 중 편의점이 아닌 꽃가게들이 굉장히 많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때 내 눈을 의심케 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24시간 꽃가게"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도시의 어디서든 볼 수 있으며 그만큼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서로 꽃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블라디보스토크, 하바롭스크 도시의 어디에서든 24시간 꽃가게를 찾아볼 수 있으며 그만큼 러시아인들이 얼마나 서로 꽃을 주고받는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아의 3월8일 여성의 날이 대목으로 불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꽃가게뿐만이 아니라 길거리 어디서든 꽃을 파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3월 7일인 오늘 나는 러시아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외출을 했는데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인도 근처에 무수히 서있는 차들이었다. 무슨 일인지 도대체 알 수 없었던 나는 그곳에 쓰여있던 8 Марта 라는 단어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누구나 싼 값에 꽃을 사 와 길거리에서 행인들을 상대로 혹은 지나치는 상대로 꽃을 파는 풍경이다. 오늘 만난 러시아인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보통의 일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누구에게는 무조건 선물을 받는 날 , 누구에게는 선물을 주는 날 , 그리고 누구에게는 돈을 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 것이다.
여성의 날을 위한 소소한 용돈벌이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장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대목중 대목이다. 아마도 일반 꽃가게 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에서 여성의 날에 가장 많이 선물하는 꽃은 무엇일까? 바로 밝은 색 튤립과 노란 미모사가 대표적이다. 지금은 다양한 종류의 꽃이 팔리지만 튤립은 전통적으로 러시아 여성들이 가장 받기 원하는 꽃 중 하나이며 실제로 가장 많이 팔리기도 한다.
러시아에 살며 문화에 스며들기
어느덧 내 러시아 생활도 8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이미 러시아의 여성의 날에 대한 의미는 잘 알고 있었지만 직접 내가 이 낯선 나라에서 생활하며 피부로 느낀 3월 8일은 내 생각보다 더욱 큰 명절이라는 점이다. 단지 선물을 주고받는다는 것에 그치기보다는 모두가 바쁘고 치열하게 사는 1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서로 웃으며 사랑을 표현하고 함께 맛있는 케이크를 먹으며 소중한 내 사람들을 응원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에게는 아직도 러시아의 여성의 날이 만드는 이 광경들이 낯설고 완벽하게 적응하기 힘들지만 이런 다름 역시 러시아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며 문화라 생각해 본다.
⁕ 2월 23일 러시아 남성의 날, 3월8일 여성의 날
러시아인 남편은 꽃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몇 번이고 꽃 필요없어 정말이야? 를 되묻지만, 나는 꽃 선물은 물론이거니와 이날 따로 선물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남성의 날에 선물이 없으면 남편이 내색은 안 해도 서운해하는 느낌을 받아 올해는 나도 2월 23일에 선물을 했더랬다. 그럼 나도 내일 뭐 받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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