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 거주하는 러블라입니다.
한국의 물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비싼 축에 속한다. 특히나 식재료들이 많이 비싼데 한국과의 평균임금이 거의 4배 가까이 차이 나는 극동러시아의 장바구니 물가는 어떨까? 마침 냉장고 파먹기로 텅텅 비어 버린 냉장고를 채워 넣기 위해 마트를 다녀왔다. 하바롭스크 최대 쇼핑몰인 Brosko Moll (브로스코 몰) 안에 있는 Brosko Market (브로스코 마켓)에서 사 온 장보기 물품 하나하나 살펴보고 러시아 장바구니 물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주일치 장보기 (를 위한 몸부림)
하바롭스크 에 앞으로 일주일 정도 더 머물 예정이라 브로스코 몰로 떠나기 전 메모를 했었더랬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절약을 위한 작은 몸부림 정도로 생각한다. 마트에 가면 계산할 때 내 카트에 들어있는 것 중 메모에 없는 게 더 많은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잖아요? 나만 나쁜 거야? 신나게 골라온 소중하고 일용할 양식이 될 재료들을 꺼내 보자.
러시아 마트에서 산 일주일치 식단 장보기 물품 ( 남편과 2인 가족)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구도를 잡으며 하나하나 꺼내다 보니 나름 뿌듯한 생각이 든다. 카트에 다 넣고 싶은걸 꾹꾹 참았던 지라 필요한 것들만 눈에 보이니 오늘도 내 등을 토닥토닥해준다.
러시아 장바구니 물품 파헤치기
매우 저렴한 빵
한국에 갈 때마다 놀라는 게 빵이 정말 비싸다는 점이다. 그와 달리 러시아는 빵이 굉장히 저렴한 편이며, 가격이 저렴해도 맛은 아주 좋다.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삼베리 마트 Самбери 에 가면 항상 사는 양파맛 치아바타 빵이다. 양파맛이 은은하게 올라오는데 러시아에 오는 분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을 만큼 맛있는 내 최애 빵이다.
러시아 식재료들
러시아 마트에 갔으니 러시아의 식재료들도 장바구니에 넣어보았다. 어떤 재료들이 내 입을 즐겁게 해 줄까
첫 번째로 러시아의 전통음식 뻴메니 (пельме́ни) 이다. 모양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한국의 만두와 매우 비슷하다. 러시아식 만두이며 간편하게 냉동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처음 러시아에 왔을 땐 고기가 들은 것만 사 먹었는데 요즘엔 색색깔로 야채나 닭가슴살 등 다양한 뻴메니가 나와서 오랜만에 구입해 보았다. 오늘의 선택은 내가 좋아하는 버섯맛!!! 양배추와 고기 맛이다!
이건 검색하고 구입한 노란 완두콩 밥이다. 낱개 포장이 돼있어서 끓는 물에 15~20분 정도 넣으면 맛있게 완성된다.
흰쌀밥 대신으로 먹을 만한 주식을 이것저것 도전해 보는 중인데, 한국에서는 이미 베지터리안들을 위한 비건 음식으로 노란 완두콩이 인기가 높다는 걸 검색하면서 처음 알게 됐다.
한국 탕수육이 너무 그리워서 구입한 완성품 중국식 새콤달콤 소스 탕수육과 애호박과 당근으로 만든 샐러드도 구입했다.
꿔바로우는 러시아 사람들도 즐겨먹는 중국음식 중 하나인데 오늘 산 건 보자마자 한국의 탕수육과 같은 비주얼에 도저히 안 살 수가 없었다.
조리된 음식들은 용기 크기가 1부터 5까지 나뉘어 있어서 크기를 먼저 고르면 그 안에 담아주고 무게대로 금액이 정해진다.
하바롭스크에서 한국 식재료 구입하기
요즘 김치를 한 달 넘게 마트에서 산 적이 없어서 오랜만에 볶음 김치와 함께 라면 종류를 구입했다. 진라면은 순한 맛이 진리인 거 다들 아시쥬? 극동 러시아는 한국과 매우 가깝기 때문에 한국 식재료를 구하는 것은 하바롭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나 어렵지 않다.
귀한 야채와 과일들
브로스코 몰 안에 있는 브로스코 마켓의 장점은 삼베리보다 야채나 과일들의 상태가 매우 좋다는 점이다. 과일 가격은 꽤 비싸지만 러시아에 살면서는 과일만은 가격표보다는 신선함을 따지게 된다.
양파는 겨울의 러시아에서 정말 신선한 걸 찾기 힘들다. 여기저기 상처 나고 물러 터진 것도 이 곳에 살다 보면 그러려니 하고 사 먹게 된다. 한국의 마트에서 파는 깨끗하게 손질된 야채와 과일 등이 이곳에선 가끔 사치로 느껴질 만큼 러시아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 있다.
진리의 고기
매일 그때그때 해먹을 재료로 신선한 고기도 구입했다. 스테이크용, 돼지고기 야채볶음용, 닭다리 구이용이다. 그리고 러시아에 살면 냉장고에 나도 모르게 쟁여놓게 되는 소세지도 있다.
이 고기들은 후라이팬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내 에어프라이어에서 맛있게 조리될 예정이다. 스테이크용 소고기를 구입하기 시작한 지는 2년 정도밖에 안됐는데 탄수화물을 줄이다 보니 단백질과 야채로만 식사를 하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일주일치 장보기 가격은?
과일부터 고기까지 다양하게 구입한 오늘의 일주일치 장보기 얼마나 나왔을까? 러시아 장바구니 물가를 공개한다.
참고로 브로스코 몰은 하바롭스크 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마트이지만 삼베리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높다.
총 가격 3878 루블 ( 한국돈 60,159원) 3월 14일 러시아 환율 기준
러시아 마트 일주일치 장보기 총 금액은 한국돈 6만원 정도이다. 한국 마트에서 식재료를 이렇게 산 기억이 별로 없기 때문에 물가 차이에 대한 주관적인 결론을 내리기가 좀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도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한국의 식재료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과 러시아의 임금 차이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러시아 장바구니 물가가 3배 이상 싸야 정상이다.
하지만 러시아도 매년 가파르게 식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들을 잘 고르는 법을 터득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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