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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로씨아

[러시아 생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 까지 770km 를 차로 달리다 1

by Ruvla 러블라 2021. 2. 12.

시베리아 횡단 770km 여정의 준비

블라디보스톡에 살고 있는 나는 급히 하바롭스크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사실 매년 있는 계획이지만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굳이 설 연휴로 앞두고

급히 긴 여정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자 중요한 포인트!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롭스크시까지의 거리와 소요시간을 알아보자.

 

거리는 대략 770km  

도착 예정시간 저녁 12시 ( 쉬는시간과 도로 사정 고려)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로프스크까지의 거리 (구글지도)

 

 

준비를 다하고 짐을 싣는 과정에서 이미 피곤함이 살짝 밀려온다.

그 이유는 이번엔 3주 정도의 계획으로 이동하니 짐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두 명 다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관계로 이번엔 커피머신까지 챙긴다.  

맛있는 커피 한잔이 주는 행복은 어느새 우리를 이만큼이나 잠식하고 있나 보다.

 

 

드라이브 스루 맛집과 연해주의 겨울바다 

아침 일찍 출발하겠다는 다짐과 달리 오늘도 출발이 늦어졌다.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출발했고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 둘은 드라이브 스루 맛집으로 여정을 시작한다. 

언젠가 블로그에 꼭 포스팅하겠다 다짐하는 드라이브 스루 맛집이다.

맛집 이름은 " coffee machine "

여기서 항상 주문하는 건 내가 러시아에 오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무조건 추천하는 음식인 

샤우르마(shaupma , 러시아어 шаурма)이다. 러시아식 케밥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맛집답게 드라이브 스루에는 줄이 꽤 길다.

기다리는 동안 잠시 밖으로나와 숨을 길게 한번 쉬어본다. 

 

 

오늘의 드라이브 스루 점심 메뉴 

나는 닭고기 브로콜리 기본 맛에 계란 프라이를 추가했다.

그리고 옆사람은 다진 고기볶음 맛에 계란 프라이 두 개를 추가했다.  

첫 끼니이니만큼 허겁지겁 배 터지게 먹고 이제 본격적으로 달릴  차례이다.

연해주에서 하바롭스크주로 주를 넘나드는 여정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블라디 보스톡 시내를 벗어나니 아직 꽁꽁 얼어있는 연해주의 바다가 보인다.

겨울에 러시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놀라는 것이 바로 이 거대한 바다가 얼어있는 모습이다.

바다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는  꽁꽁 언 "바다 위에서 " 수십대의 차들이 모여 레이싱을 하기도 하고

주말엔 가족들끼리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한마디로 바다 전체가 거대한 주차장이자 놀이공원 되는 것이다. 

 

꽁꽁 얼어있는 연해주의 바다

 

잠시 연해주의 바다를 보며 마음의 힐링을 느껴본다. 

이제 다시 운전대를 잡자. 

 

 

나의 인생 첫 운전 ,  긴 여정과 여운 

 

얼마 전 나는 한국에서 국제면허증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이 첫 실전 운전이다. 한국에서도 실전운전 경험이 없다

그렇다면 첫 실전 운전에 나는 오늘 몇 km를 달리게 될까. 

 

시베리아의 길을 를  계속해서  달리고 또 달린다.

거리는 줄어들고 시간도 줄어들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시베리아의 겨울 풍경은 바뀌지 않고

여전히 새하얀 세상 그대로이다.

블라디보스톡 에서 세 시간 정도만 지나면 문명과도 멀어진다.

문명과 멀어진다는 말은 인터넷 신호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2g 마저 간간히 잡히는 이곳을 지날 때면 그 시간은 온전히 나와 내 옆사람이 즐겨 듣는 음악들, 그리고 우리들의 소소한 추억 이야기로 채워진다. 

 

우리가 달려가는 길의 길고 긴 풍경중 대부분이 눈과 자작나무 길이다.

마치 자작나무 숲 같은 이 길을 지나갈 때면 난 몇 번이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예쁘다 아름답다를 연발하지만

러시아인인 내 남편에게는 당연하다는 듯 별 반응이 없다. 

긴 운전에 잠시나마  쉬어가며 자작나무도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아본다. 

 

끝도없이 펼쳐져있는 시베리아의 자작자무들

 

 

 

작은 풍경 하나도 큰 이야깃거리가 되는 우리 둘만의 시간이다.

눈앞에 너무 멋진 설산의 풍경이 펼쳐지는 순간 내 옆사람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그런데 옆사람의 눈 앞에 보인 것은 설산뿐만이 아닌가 보다.

나는 미처 알아채지 못한 연식이 아주 오래된 러시아산 차가 우리 앞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보다 더 신나서 옆사람이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조차 나는 너무 즐겁다.

이때 마침 재생되던 노래가 나를 더 설레게 만든다.

Taylor Swift -  champagne problems 

나는 마치 우리 둘만이 있는 이 공간이 영화처럼 느껴질 만큼 모든 게 다 완벽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우리 둘의 이야기에 또 다른 페이지가 추가된다. 

 

오래된 러시아산 차량과 러시아의 설산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오늘 나는 첫 번째 실전 운전이다.

실전 운전의 첫날이지만 생각보다 두려움은 많이 없었다.

옆사람이 계속 함께 있기도 했고, 지옥과 같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가 아니라서 오히려

더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오전부터 시작했던 내 첫 실전 운전은 해가 지면서 그 시간을 알려준다.

첫 운전부터 야간 운전은 역시 두려움이 컸기에 

400km 정도를 달리고 나서야 운전대를 옆사람에게 넘긴다.

 

그렇게 내 실전 운전 첫날의 운전거리는 대략 400km 

 

서울에서 부산의 거리가 구글 기준으로 325km이니 나는 그 보다 더 긴 길을 달린 것이다.

나 스스로도 첫 실전 연습치 고는 꽤 괜찮았다고 스스로를 토닥인다.

그리고 첫 운전인 나에게 화내기보다는 응원의 말들로 나를 격려해주던

내 옆사람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시베리아 횡단중 해질녘 잠깐의 휴식시간

 

우리는 무사히 하바로프스크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어둠이 깔린 이 길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안겨줄까.

차로 달리는 시베리아 횡단 770km 블라디보스톡에서 하바롭스크까지의 여정의 첫번째 이야기를 이렇게 마무리 지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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