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바롭스크 영하 1도 산책하기 딱 좋은 날
극동러시아에 사는 러블라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살고 있지만 하바롭스크에 잠시 한 달 정도 있을 예정인 나는 아무르강 산책을 계속 가고 싶었다.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고 폭설이 내려 미루고 미루던 중 오늘 날씨를 보니 영상 1도!!!오오 날씨가 좋네? 하면서 외출을 서둘렀다. ( 창문 밖을 확인했어야 하는데..)
성모승천 대성당 (Успенский собор , 우스펜스키 사원)
여행업에 종사하는 나는 꼼소몰 광장에 있는 우스펜스키 사원을 셀 수 없이 많이 와봤지만, 겨울에 혼자 산책을 나온 건 실로 오랜만이다.
꼼소몰광장, 성모승천 대성당 오랜만이지?
평일인 탓에 크지 않은 광장은 인적이 거의 없고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저리 비켜!) 비둘기들만이 내 사진의 훌륭한 조연을 맡아 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천만명 이상의 러시아인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승전기념탑도 꼼소 몰 광장의 상징으로 성모승천 대성당과 함께 우뚝 서있다.
하바롭스크의 상징, 랜드마크인 꼼소몰 광장의 성모승천 대성당과 승전기념탑은 번화가의 시작이거나 혹은 끝이기 때문에 하바롭스크 여행의 필수 코스이다.
근데 분명히 영상 1도로 보고 나온 하바롭스크의 날씨는 아무르강의 세찬 강바람과 함께 내 볼과 장갑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손을 서서히 얼려가고 있다.
아무르강 계단에서 인생 샷 찍어보기
하바롭스크 여행 코스 중 성모승천 대성당과 아무르강은 하나의 세트이다. 꼼소몰 광장안에 있는 성모승천 대성당 바로 왼쪽의 주차장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너면 4400km의 아무르강( 흑룡강, 중국어로 헤이룽쟝 ) 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아무르강 산책로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는데 하바롭스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추천하는 사진 스팟이다.
놀랍게도 아무르강으로 내려가는 계단길이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하바롭스크 사람들이 가장 찾는 산책 코스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르강 계단길 사진 꿀팁!
( 수백 장 찍은 경험담)
아무르강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200개 정도가 되는데 (직접 세어봄) 한꺼번에 다 내려가지 말고 , 3분의 1쯤 내려왔을 때 한번 , 반쯤 내려왔을 때 반드시 뒤를 돌아보자!!!
계단과 함께 뒤로 보이는 성모승천 대성당의 전경을 함께 담을 수 있다.
팁 대로 찍은 사진을 보도록 하자.
아무르강 산책로를 내려가는 계단은 평일 겨울이라 인적이 드물었지만 여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기가 정말 힘든 곳이다. 계단 뒤로 보이는 성모승천 대성당이 점점 작아지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색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하바롭스크 인생 샷, 인생 사진 장소
대망의 절정은 마지막 계단을 내려와서 뒤를 돌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다.
200개의 계단과 그 끝에 보이는 성모승천 대성당을 한 프레임안에 함께 담을 수 있는
이 장소는 내가 수많은 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선사했던 하바롭스크 최고의 인생 사진 스폿 중 하나이다.
우스펜스키 사원과 아무르강 계단길에 불이 켜지는 밤이 되면 볼 수 있는 야경 역시 색다른 볼거리이다.
여름이 가까워지면 이곳에 유람선 운행이 시작되는데 유람선을 타고 지나치는 하바롭스크의 야경은 은은한 불빛들과 함께 오랜 역사를 가진 러시아의 건물들과 함께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3월 꽁꽁 언 아무르강
한 겨울이 조금 지난 하바롭스크의 아무르강은 3월이지만 여전히 한겨울처럼 두껍게 얼어있다.
깨끗하게 청소된 아무르강 계단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산책로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유모차를 끌고 나와 아이와 함께 산책하는 러시아 엄마들의 흔한 일상도 눈에 보인다
겨울 하바롭스크 여행을 오는 사람들에게 , 나는 억지로라도 손을 이끌고 꽁꽁 얼어버린 아무르강으로 향하는 이 마지막 계단길을 내려가곤 했다.
두껍게 얼어버린 강 위에서 어린아이 마냥 뛰고, 누워서 발을 동동 거리며 사진을 찍다 보면 몸을 덮는 열기에 어느새 추위는 달아나고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점이 바로 극동러시아의 겨울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꽁꽁 언 강 위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바롭스크 아무르강 사진을 열심히 찍던 중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올만한
"러시아의 흔한 겨울" 혹은 "불곰국의 흔한 겨울 일상" 이란 제목에 어울릴만한 광경을 목격했다.
바로 강 위에서 열심히 패러글라이딩 연습을 하는 사람이 보인 것이다.
그는 몇 번이나 넘어지고를 반복해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패러글라이딩을 끌고 달리고 또 달렸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을 넋 놓고 보던 나는 오랜만에 겨울 아무르강 위나 뛰어볼까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하지만 줄곧 사진을 찍느라 반쯤 얼어버린 빨갛게 변한 내 손과 배터리 경고음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1년 반만의 아무르강 산책을 여기서 마치기로 결정했다.
겨울의 그곳은 혹독한 바람과 추위로 나를 반겼지만, 하바롭스크의 아무르강이 내게 주는 광활함과 쓸쓸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힐링 타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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